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 - 극대화에 대하여

극대화
April 20th 6:29am에 등록 게시자: Ghostcrawler

‘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 는 연재 게시물로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의 생각을 진솔하게 나눠보는 자리입니다.이야기에 앞서,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 그렉 스트리트(고스트크로울러)는 여러분께 몇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1.  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에서 논의된 내용은 약속이 아닙니다.
2. 추측을 너무 많이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3. 어떤 주제를 선택했냐를 가지고 불평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극대화의 역사


초창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마법 계열 직업들의 극대화 위력이 150%인데 비해 근접 공격 직업들은 극대화시 200%의 피해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토론장에서는 개발팀이 아무도 마법사는 안하고 도적만 플레이 한다는 소문이 돌았었었죠. 지금은 반대로 개발팀이 마법사만 플레이 한다고들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발팀에서는 마법 계열 직업들의 특성을 차츰 변경하여 주문 극대화시 200%의 피해를 주도록 설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흑마법사들은 “붕괴” 특성에 5점을 투자할 수 있었고 이는 흑마법사가 필수로 배워야 하는 특성처럼 여겨졌습니다. 개발팀에서는 대격변과 함께 특성 트리를 발전시키면서 모든 공격 특성들이 특성 투자 없이 극대화시 200%의 피해를 주도록 결정하였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부분도 존재하긴 합니다. 암살 특성 도적은 물리 극대화시 200%의 피해를, 독 극대화시 150%의 피해를 주는 반면 죽음의 기사는 주문 공격과 근접 공격 모두 극대화시 200%의 피해를 줍니다. 치유 담당 직업들은 치유와 공격 주문 모두 극대화시 150%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극대화의 전체적인 설계는 한마디로 배우기는 쉽지만, 익숙하게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 여러분이 극대화는 더 많은 피해를 준다는 정도만 이해했다면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통해 얼마나 더 많은 공격력을 추가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는 좀 더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것이며, 각 직업들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닌가요?


여러분은 극대화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은 게임에 재미를 떨어뜨리는 평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도적의 독 공격이나, 고양 특성 주술사의 번개 화살의 극대화 위력이 낮다는 사실이 흥미로우신가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특정 직업이나 특성을 선택했을 때 다르다는 느낌이 드나요? 이렇게 미묘한 차이점들 덕분에 특별하다는 느낌이 드나요? 아마 아닐 겁니다. 직업간 평준화는 개발팀에서도 항상 피하고 싶은 모습이며, A라는 직업의 기술을 단순히 B의 직업 기술과 똑같이 만들지 않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준화 – 피해야 할 일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플레이어들은 자기 직업에게서 지나치게 강력했던 무언가가 약화되었을 때 “평준화가 너무 심해요!” 라고 목소리를 과도하게 높이는 경향이 있으며, 개발팀에서 다른 직업들이 지닌 멋진 기술을 자신들의 직업에게 주길 거부했을 때에는 “개성 좋아하네!” 라며 비웃곤 합니다.


지나친 평준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괴상한 극대화 규칙을 다듬는 것도 지나친 평준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복잡해지는 것(깊이를 부여하는 것)과 번잡스러워지는 것(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이왕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차이점을 만드는 쪽으로 복잡해지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암살 특성 도적을 선택한다면 단검이나 독, 혹은 파열과 같은 특징 때문에 선택해야지 자신의 극대화 적중도가 낮다는 이유로 선택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밸런스 관련 사안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암살 특성 도적은 공격이 극대화로 적중해봤자 입히는 피해량이 그렇게 크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직업들만큼 극대화에 가치를 두지 않을 것입니다. 지속 피해 기술들의 극대화 발동이 없었을 때에는 지속 피해를 주된 공격 방법으로 하는 직업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치유 담당 직업들도 극대화를 좋아합니다.


극대화는 치유 주문 관련해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리치 왕의 분노 시절에는 치유 주문 극대화가 사실상 의미가 없었는데 왜냐 하면 거의 항상 초과 치유가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격변에서는 치유 담당 직업들의 마나 관리가 중요해지고, 심지어 강력한 치유 주문도 간단하게 누군가의 생명력을 한꺼번에 모두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주문 극대화의 가치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아직 은 그다지 충분히 중요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문 가속도가 10% 증가하면 대상을 10% 더 빨리 치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의 주문 극대화를 지니면 대상을 5% 더 치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모든 치유 담당 직업들이 주문 극대화를 저평가하는 모습이 이상한가요?


복원 특성 주술사는 주문 극대화를 선호하지만, 이는 복원 특성에 주문 극대화의 혜택을 받는 특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발팀에서는 다른 공격 기술과 마찬가지로 모든 치유 주문이 극대화시 두 배를 치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변경으로 던전이나 공격대 던전 전투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치유 담당 직업들은 좀 더 많이 치유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주문 극대화를 집중적으로 올린다 해도 그 대가로 가속도나 특화도, 혹은 정신력에서 손해를 볼 것입니다. PvP에서는 더 합니다. PvP를 하는 대부분의 치유 담당 직업들은 주문 극대화가 10%를 넘어가지 않는데, 그래서 주문이 극대화로 발휘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발팀에서는 PvP에서 치유 주문이 얼마나 강력한지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필사의 일격 및 동일한 약화 효과를 부여하는 기술들의 툴팁이 4.1에서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셨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치유량 감소 효과가 10%이지만, 개발팀에서는 치유를 견제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우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치유량 감소 효과를 더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다시 50%로 되돌린다면 다시금 투기장에서 필사의 일격 약화 효과가 필수적으로 되겠지만, 20%정도로 조정했을 때의 효과는 아직 확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필사의 일격 약화 효과가 20%로 조정되면 치유 주문 극대화 효과를 200%로 만든다 해도 치유 능력이 너무나 강력해 지는 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도적과 고양 특성 주술사의 물리 피해가 아닌 피해들이 극대화시 200%의 피해를 주도록 하는 것은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확장팩 도중에 적용할 만한 변경사항이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분명히 바꾸고 싶은 부분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치유 담당 직업들이 사용하는 공격 주문의 극대화 효과만 150%로 남는 셈인데, 이 부분도 함께 200%로 조정하고자 합니다.


만약 같은 직업의 공격 담당 특성들이 치유 담당 특성보다 더 강력한 공격력을  갖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면 여기에도 적절한 대안들이 있습니다. 치유 담당 직업들의 공격 주문 극대화 위력이 강력해진다 하더라도, 달의 분노(조화 특성 드루이드의 공격력 강화)나 어둠의 힘(암흑 특성 사제의 공격력 강화)같은 지속 효과를 강화하는 식으로 보완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말씀 드린 모든 내용을 적용한다면, 게임 속 모든 기술이 극대화시 200%의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이는 매우 간단한 규칙이 될 것이며, 이러한 변경으로 각 직업들의 개성을 약간 잃는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밸런스 조정 효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겁니다. 본 ‘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가 항상 그렇듯이 이는 단지 가정일 뿐이지만요. 조만간 치유 주문 극대화가 200% 효과로 조정될 것을 기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이렇게 할지 확실하게 결정을 내린 것도 아닙니다. 이는 단지 술집에서…. 아니, 그냥 쉬어가며 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렉 “고스트크로울러” 스트리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