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 – 예상 밖의 훼방꾼들

개발자
March 30th 2:09am에 등록 게시자: Ghostcrawler

‘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 는 연재 게시물로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의 생각을 진솔하게 나눠보는 자리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 그렉 스트리트(고스트크로울러)는 여러분께 몇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1. 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에서 논의된 내용은 약속이 아닙니다.
  2. 추측을 너무 많이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3. 여러분이 다루기를 원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이번 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개발팀이 전해온 이야기를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발차기 같은 주문 방해 기술이 너무 강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발차기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짧다는 점 때문에 플레이어간 전투에서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냅니다. 주문 방해 기술은 즉시 시전 주문이 많지 않거나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주문 시전 직업에게 너무나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발팀에서는 주문 시전 직업들에게 다양한 즉시 시전 주문 혹은 이동 관련 기술을 만들어 주었으나 이 점이 냉기 특성 마법사와 같은 강력한 주문 시전 직업은 플레이어간 전투에서 더욱 강력해지거나, 정기 특성 주술사와 같이 이동 능력과 즉시 시전 주문이 취약한 직업은 더욱 어려워게 만든 점이기도 합니다.
 


주문 방해기술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성기사, 드루이드와 같은 주문 방해 기술이 없는 직업들은 상대적으로 약하게만 느껴져서 이 직업들에게 주문 방해 기술을 추가하게 되었고 이제는 너도나도 주문 방해 기술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주문 시전 직업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즉시 시전 주문을 난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근접 공격 직업들이 이를 쫓아 따라다니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였습니다. 주문 시전 직업들이 근접 공격 직업들을 끌고 다니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기동성이 약한 근접 공격 직업들은 플레이어간 전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그래서 모든 근접 공격 직업들에게 더 빨리 대상에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주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근접 공격 직업들이 주문 시전 직업들에게 붙어서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이러한 상황에 놓인 주문 시전 직업들의 생존력을 보장해주려면 더욱 강력한 탈출 기술을 주어야 합니다. 이 작업은 무한 반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즉시 시전 주문들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전 시간이 있는 주문을 매우 강력하게 만들지 않으면 플레이어간 전투에서 버려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전 시간이 있는 주문을 너무 강력하게 만들면 주문 시전 직업들이 거리를 벌린 다음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피해를 줄 염려가 있습니다. (냉기 특성 마법사의 얼음 화살을 얼음창에 비해  “기나긴” 시전 시간에 맞추어 위력을 강화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강해져야 할지 상상해 보세요.) 그렇다고 해서 한참 공격대 컨텐츠를 공략하는 도중에 주문 방해 관련 기술의 위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공격대 전투를 진행중인 누구라도 현재의 전투 설계에서 주문 방해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거의 모든 공격대 전투를 다시 설계해야 하고 상당수의 5인 던전 전투도 그럴 겁니다. 물론 주문 방해 기술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늘리고 이에 맞추어 기절 기술의 위력을 강화한다고 해도 동일한 문제를 겪을 것입니다.즉시 시전 주문들은 게임 내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여러분을 쫓고 있어서 주문을 차단당할 것이 염려되거나, 여러분이 상대방을 뒤쫓고 있다면, 즉시 시전 주문을 사용하기 적절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전 시간이 2.5초씩 되는 주문들도 자신만의 역할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사실상 이 기술들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대로 게임 속 요소들은 복잡하게 서로 엮여 있기 때문에, 주문 기술의 변경은 또 다른 게임 속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공격대 전투에서는 이동이 잦은 전투에서 근접 공격 직업들이 위력을 발휘하곤 했습니다. 만약 우두머리 몬스터를 누군가 끌고 다닌다거나 계속 이동하고 있다면, 도적과 전사가 계속 따라다니며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자리에 서서 공격하는 것보다는 적은 피해를 주겠지만, 상당 시간 동안 자동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동을 자주 해야 하는 전투에서 조화 특성 드루이드나 화염 특성 마법사의 공격력이 심하게 떨어지던 상황에 비견될 수 있는데, 왜냐 하면 이들은 전투 내내 시전하던 주문을 멈추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공격대 전투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주문 시전 직업들 대부분은 이동하면서고 공격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받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리고 몇 가지 또 다른 이유와 함께) 근접 공격 직업들은 특정 전투에서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발팀에서는 공격대 전투가 원거리와 근접 공격 직업 모두에게 공평하게 느껴지기를 바라며 이상적으로는 각 파티가 최대한 인원 구성을 할 때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정 전투가 주문 시전 직업들에게 특별히 유리하다 해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대신 최소한 근접 공격 직업들에게 이점이 있는 전투도 동시에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게임 설계에 대한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까요? 이는 다양한 종류의 나비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문 방해 기술들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짧게 설계한 것 과 같은 미미한 점들이 특정 상황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자루 공격, 발차기, 날카로운 바람 같은 기술들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30초로 늘어난다면 게임이 어떤 모습이 될지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다양한 기술과 작동 방식, 수치 같은 부분들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겠지요. 물론, 이런 수정 작업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 부분에 대해 여러분과 개발팀이 함께 고민을 하고 더 나아지도록 고민을 한다면 점차 좋아 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렉 “고스트크로울러” 스트리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이며, 고대 신의 도시로 가는 길을 안다고 합니다.